jyp 육아이야기

[열다섯번째 이야기] 재윤이와의 즉흥여행

i.f. 2013. 2. 8. 14:30

[열다섯번째 이야기] 재윤이와의 즉흥여행

 

2012. 2. 8(금)

 

지난 달 짝궁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평상시 같았으면 그냥 넘겼을텐데 왠지 그 날 따라 나도 마음이 동했던 것 같다..

 

"우리 여행갈까?"

 

그렇게 갑작스레 우리 세 식구는 여행을 떠났다..

준비없는 여행은 묘한 긴장감과 설렘을 준다..

여행지에 대한 별다른 정보없이 가기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을 마주대할 지도 모르는 긴장감과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움을 만날 지도 모른다는 설렘이 있다..

 

하지만 목적지마저 정하지 않은 채 무장정 달리는 것은 무리..

최소한 무엇을 먹을지는 정해놓고 가자는데 짝궁과 의견의 일치를 봤다..

대게가 먹고 싶다는 짝궁..

그래서 "동해"로 가기로 했다..

 

재윤이는?

재윤이는 엄마아빠와 함께 놀러가는 것은 무조건 O.K.

바다를 보러간다고 했더니 신나서 뛰어다닌다..ㅎㅎ

"바다~ 바다~ 파도~ 파도~"를 외치며..^^

 

서둘러 짐을 챙기고 동해로 떠났다..

차는 생각보다 거의 막히지 않았고

신나게 세 시간여를 달려 도달한 곳은 동해의 '묵호항'이었다..

 

오후에 갑작스레 출발해 저녁에 도착하게 되어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부터 먹었다..

숙소 바로 아래층에 횟집들이 늘어서 있어 저녁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재윤이는 기분이 좋은 듯 횟집에서도 신나서 돌아다녔다..

 

오징어회를 처음 본 재윤이.. 꿈틀거리는 모습이 신기한 듯 쳐다본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아침에 햇빛이 느껴져 일어나보니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어제는 밤이라 잘 몰랐는데 숙소 창문으로 바다가 바로 보이고

일출의 광경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새해도 한참지났는데 때늦은 새해맞이를 이렇게 하게 되는구나..^^

기대하지 않았던 일출을 보게되니 이런게 즉흥여행의 묘미인가 싶었다..

 

숙소에서 맞이한 새해...

 

엄마와 함께 새해맞이 중인 재윤이.. 모자(母子)가 아름답다..

 

뒤늦은 새해맞이를 하고 간단히 아침을 먹은다음 논골담길에 갔다..

논골담길은 허물어져 가는 어촌마을을 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켜놓은 곳이다.

갈라져 있는 담장과 낡은 집들은 쇠락한 어촌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하지만 그 담장과 벽면에 가상의 세계가 덧입혀지고

쇠락한 일상의 공간은 새로운 기운으로 채워져 다시 태어난다..

 

 논골담길 입구

 

 

 엥? 꼭 재윤이가 끌려가는 것 같네..ㅎㅎ

 

 

 

 가상의 멍멍이와 만남 중인 재윤이.. "멍멍이, 안녕~"하고 인사도 했다..ㅎㅎ

 

 

 물고기도 짚어보고..

 

 

 

 

 찍어놓은 사진을 보고 갈매기가 진짜 내 뒤에 와 있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ㅎㅎ

사진으로 보니 가상과 현실이 뒤섞여 묘한 재미가 있다..

 

 

 묵호등대에 올라 바다를 가리키는 재윤이..

 

 

 장난꾸러기 재윤이 "잡아라~!"

 

 

 등대 전망대에서 예쁜 표정 짓는 중.. "아빠, 나 예뻐요?"

 

 

 추위를 피할 쉼터를 발견하다!

 

 

 쥬스좋아하는 재윤이.. 빨대 좀 질겅질겅 씹지마~

 

 

카페 주인아저씨와 함께

 

아저씨께서 재윤이에게 풍선도 불어주시고 놀아주셨다..

재윤이도 아저씨가 좋은 듯 함박웃음..^^

근데 사진을 보니 왜 이렇게  닮은거야..? 친손자라고 해도 믿겠네..ㅎㅎ

 

카페에서 나와 논골담길을 빠져나왔다..

삶은 미로와 같고 그 안에 우리는 길을 헤메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하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행복한 길찾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논골담길을 내려오며 담장의 돌들을 만났다.. 돌 마다 모두 다른 표정과 색깔..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논골담길에 사는 강아지도 만났다..

사람과 익숙한 듯 전혀 경계심이 없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오는 모습이 귀엽다..

 

이렇게 논골담길 탐방을 마치고 우리 가족은 묵호항으로 갔다..

여행의 주목적인(?) 대게를 사기 위해..ㅎㅎ

묵호항은 생명력 넘치는 수산물과 북적대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셋이 먹기 좋은 적당한 양의 대게를 사서 맛있게 먹으며 짧은 즉흥여행을 마무리하였다.

 

 

 

짧지만 즐거웠던 재윤이와의 즉흥여행..

아침에 일어나서 맞이한 새해의 일출..

논골담길의 재미..

등대에서 바라보는 바다..

어시장의 생동감..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들..

계획없이 와서 그런 것인지 더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왠지 또 다른 즉흥여행이 기다려진다..

짧은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계속 즉흥여행 상태..ㅎㅎ

 

곧 또 다른 즉흥여행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추가 포스팅>

 

여행을 마치고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제목의 지식채널e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 영상을 보면서 자연스레 여행 중에 만났던 논골담길이 떠올랐다..

생성과정이 동일한 그리스 산토리니와 우리네 달동네..

하지만 한 쪽은 세계적인 관광명소.. 한 쪽은 재개발 대상..

논골담길 마을의 모습은 이 중간쯤 될까..?

논골담길의 동네는 분명 달동네이고 우리에게 달동네란 그저 낡고 오래된 '철거대상'이었다..

하지만 낡고 오래된 것이 무조건 '철거'의 대상일까..?

새로운 시도를 통해 낡고 오래된 것은 철거대상.. 이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논골담길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어딘지모르게 어설픈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차이..

산토리니와 우리의 달동네와의 차이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고민하는 것은

단순히 산토리니와 달동네를 비교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개발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철학의 차이이고

이러한 차이는 전혀다른 개발의 결과물들을 내놓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전혀다른 '환경'이 조성되며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결국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게 된다..

 

똑같은 생성과정을 거쳐 형성된 두 장소가

대상(장소)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에 의해

한 쪽은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한 쪽은 철거대상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차이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우연히 접한 지식채널e를 보며 논골담길이 떠올라 적어보았다..

 

 

 

고향을 떠나 자리잡은 땅. 가파른 산 위에 흙으로 지은 집.

한 집 들어서면 그 위에 한 집. 그 옆에 한 집.

작고 낡았지만 사는 사람이 짓고 사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집.

경사 위 집들의 고민 좁은 공간.

한 뼘 작은 공간도 버리지 않고 넓은 세상을 향해 트인 낮은 담 작은 문.

앞 집 옥상이 뒷 집 마당. 우리집 벽은 이웃집 벽.

비좁고 느리지만 서로가 서로를 품고 사는 마을.

 

하늘 아래 첫 동네.